자해 상담
안녕하세요 평범한 여대생입니다. 자해에 대해 상담드리고 싶어서 글 올려요.
자해를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된 것 같습니다. 8년 즈음 된 것 같네요. 중학교 2학년인가 1학년때부터 손등을 손톱으로 긁는 방식이었습니다. 방식은 그냥 가볍게 실선이 생길 정도로 긁는 게 아니라, 살점이 떨어지거나 실핏줄이 터져서 피가 줄줄 샐 때까지 긁어야만 직성이 풀려요. 흉터가 짙게 남는데, 그 흉터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 느낌으로 긁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왼쪽 손등이 꽉 차서 오른쪽 손등으로 타겟을 변경했고요. 지금은 스마일 표시를 만들기 위해 눈 두개와 입처럼 상처를 낸 상태입니다. (스마일 표시인 이유는, 긁다 보니 좀 :)과 닮은 것 같아서 이왕 긁은 거 재미있는 걸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별다른 이상을 못 느끼고 살았어요. 그래서 흉터 가리는 건 생각도 안 해 봤고. 일종의 취미생활 같은 개념이라고 해야 하나요. 우울감을 느껴서 긁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긁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대학 잘 갔고 중요한 일 맡아가면서 그럭저럭 인정도 받고, 제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심심할 때 핸드폰 하면서 긁적긁적 긁고 있는 걸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냥 얼굴만 알고 지내던, 같이 학생 멘토링 하는 단원이 상담 받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더군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은 못 느껴서 지식인에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요즘 정도가 좀 심해지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더 아프게 한다던가, 아니면 상처가 안 낫게 계속 딱지를 뗀다던가, 칼로 손목 쪽에 깊게 상처를 낸다던가.
주변에서는 제가 일은 잘 하고 눈치도 꽤 빠르지만 뭔가 공감능력도 좀 떨어지고 결핍이나 강박증도 좀 심한 것 같아서 로봇 같다고들 많이 하시는데, 저는 두 부모님 다 계시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친척들 사이도 완만하고, 생활도 썩 괜찮았고...... 사실 어떤 부분을 지적하시는지 이해는 하고 있지만 공감은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요? 저는 왜 자해를 하는걸까요?
그리고 자꾸 흉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 귀찮은 느낌이 들어 고쳐야 할 습관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제게 상담이 필요할까요? (병원은 이전에 이상을 느끼신 부모님이 데리고 가셨지만, 별로 해 주는 것도 없고 달라진 것도 없어서 추천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시 병원의 진단에 따르면, 저는 극심한 우울증이 있지만 자신이 우울한 것인지 인지를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솔직히 본인 일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라서, 신뢰도가 추락했습니다.)
질문은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