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을 간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나서 말했다.
"환자의 병이 매우 심각하고 위중하니 병원에 입원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러자 환자가 말했다.
"정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기만 하면 병이 나을 수 있습니까?"
"지금은 뭐라고 확답드릴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그냥 저를 왕진오셔서 치료해 주십시오. "
"아니, 병원에 오셔야 고치실 수가 있다니까요."
"아닙니다. 저는 먼저 제 병에 차도가 있어야 병원에 가겠습니다. 그 전에는 절대 입원하지 않겠습니다."
난감해 하던 의사 선생님은 환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이렇게 병원에 가고 싶어하시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참을 주저하던 그 환자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제가 선생님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괜히 갔다가 병만 도질까 걱정됩니다. 고생만 하고 힘만 들고 돈만 쓰고 그렇게 될까봐 도저히 선뜻 입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완강한 거부에 더 이상 권유할 수 없었던 의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서 그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나오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병원에 오기만 하면 병을 고칠 수 있을텐데, 더 늦기 전에 손을 쓸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