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키우던 병아리가 죽었습니다. 오히려 나랑 더 많이 정이 들었는데 손가락을 내밀면 부리로 비벼대며 손에 올려놓으면 삑삑거리면서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예전에 나도 초등학교시절 키우던 병아리가 간밤의 고생어린 간호(?)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죽었을 때 목놓아 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딸의 병아리의 죽음을 보고 다시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병아리를 사기 전 죽을 수도 있으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딸에게 했던 말은 사실 내 자신을 위해서 필요했던 말인 것 같습니다.
그 귀여웠던 녀석은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수시로 존다는 것이었습니다. 왜이렇게 잘 졸까? 그것이 빨리 죽을 수 있다는 전조였다는 것을 나는 은연중에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정말 죽지는 않겠지라고 한가닥 실마리 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 소망은 사라지고 두려워하던 그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들여다 볼 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또다시 손의 온기를 찾아 머리를 기울이던 녀석은 내가 잠시 밖에 나갔다 온 사이에 죽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죽은 병아리를 보고 있으니 자는 것 같습니다. 영원히 깨지 않는 잠에 빠져든 것입니다. 몸은 딱딱해지고 더이상 작은 고동소리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고 싶어하더니 영원히 자게 되고 말았구나. 잊혀졌던 슬픔이 몰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