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어릴 때부터 소심한 성격에 안면홍조도 심하고 고등학교 거치면서 대인 관계 능력이 바닥을 찍게 됐어요
병원 다닌 지 7년 정도 되는 것 같네요
동네 병원 한두 달 다니다가 대학병원으로 옮겨서 쭉 왔는데 사실 한 달에 한 번씩 처방전 받으러 가는 식이고 별다른 효과를 못 보고 있어요
환자도 많아서 길게 상담도 못 하는 듯하고 제가 먼저 얼굴 마주한 상태로 선생님한테 주저리주저리 신세타령 하는 게 무서워서 많은 얘기는 거의 못 해봤어요...
천성이 게으르고 버러지 같은 인간이라 살면서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을 해본 적도 없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두 달만에 다 포기해버리고
게으름과 나태함은 반성하고 고쳐야 하는데 제가 생각해도 참 한심한 인간입니다
최근엔 아무 인간 관계도 없이 집에 쳐박혀 있은 지 2년이 다 돼가요
외출할 일 있을 때는 약을 2회 분량을 먹고 나가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지하철 같은 데선 얼굴도 수시로 빨개지고 조금만 당황해도 땀은 줄줄 나고...
이제 벌써 이십대 끝이 보이는데 캥거루족...니트족...은둔형 외톨이... 벌레 같은 놈 빨리 극복하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있는데도 뭐를 시도해볼 용기가 안 나네요
친구 사이의 일상적인 대화라던가 특별할 것 없는 대인간 상호 작용 같은 것도 다음날 되면 창피하게 느껴져서 혼자 얼굴이 달아오르고...
아르바이트 같은 거 때려칠 때마다 다짐하길 그냥 '나 같은 건 깝치지 말고 집에 쳐박혀 있는 게 답이다' 이런 식이에요...
사람 많은 데서 휴대폰 울리거나 하면 전화 받는 게 창피해서 버벅거리는 손으로 배터리 빼버리게 되고...
나이는 많아지는데 증상은 나아지질 않고 경제력은 제로에 끈기도 없고 게으른데다 열등감은 통제가 안 되는 수준이네요
병원을 옮겨봐야 할까요
변하고 싶은데 효과적인 방법 같은 게 있는지...
이런 성격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