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문제에서 좀더 악의 문제에 많이 이끌렸던 것은 부모님의 모습속에서 특히 아버지의 모습속에서 악을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악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졌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대상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선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악의 끝이 무엇인지를 몰랐기에 조금씩 더용기를 낼 수 있었구요.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든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이 지옥으로의
길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악으로부터 나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인 것이구요. 안그랬으면 자살로서 자신을 죽임으로서가장 지독한 악을 저질렀겠지요. 자살은 회개의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이기에 모든 죄중에서 최고로 악한 것입니다. 그러지 않은 것은 자매님이 했던 어떤 선택보다도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었고 그 반대를 바라볼 수 있게 했어요.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미 너무 많은 악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총합이기 때문에 그런 부적절한 관계로는 도저히 계속 다닐 수 없었어요. 해고당하기 전에 스스로 그만둔 것이었고 여기에 큰 차이는 없어요. 하지만 그랬던 회사를 동경하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적압박으로 인한 환상에 빠져있는 것이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자각이 없기 때문이에요.
분명한 것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고, 어떤일이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요. 다만 과거에 대한 환상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가졌을 방어적인 태도로 인해 생긴 환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네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과제를 드릴께요. 어렸을 적에 가졌던 가정의 모습과 부부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환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는지 말해주시고, 만약 없다면, 폭력적인 아버지와 연약한 어머니에 대해서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죽게 되는 것을 빼고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