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언젠가부터 물건을 잘 떨어뜨리고 밥먹다가 흘리고 넘어지고 길도 잘 잃고 부산스럽고 내가 주의력이 많이 부족하구나 싶더라구요
그래도 부모님은 아주 급박한 상황만 아니면 항상 절 이해해주셨어요 친구들도 그냥 아 쟤 또 저러는구나 하고 웃어 넘겼구요 가끔
안친하거나 모르는사람한테 그랬을땐 바로 사과해서 오해를 풀었어요 그래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할 때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요
그러다 제가 공부를 하려고 어느 학원에 다니게 됐는데요 거긴 아는사람도 없고 다들 공부하느라 바빠서 서로 한마디도 안하며 지내는
아주 조용한 곳이였어요 그래서 거기선 제 부주의로 실수를 해도 사과한마디 하지 못했는데 그게 저한텐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거에요
혹시 내 실수때문에 기분이 나빴을까?로 시작된 질문은 어느순간부터 저 사람이 나를 얼마나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까? 하는 자괴적인 질문으로 바뀌었고 세상 모르고 당당하게 살아왔던 저는 점점 남들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학원에 더이상 다니지 않게돼서 실수를 하더라도 사과할 수 있는데 사과할 상황이 되면 미안하단 말이 쉽게 나오지가 않아요 어딜가면 또 실수할까봐 두렵구요 사람들한테 주목받기가 무서워요
그렇게 계속 위축된 상태로 지내다보니 평소 저를 잘 이해해줬던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너 또그러냐' 하며 농담으로 던진 소리에도 쉽게 상처받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어요
그렇게 주의력이 부족한게 이유가 뭘까 하며 찾아보다가 ADHD라는 질병을 알게됐어요 자가진단을 해보니 해당사항이 많더라구요 지적능력이 저하되고 사회생활이 힘든 수준까진 아니지만요
근데 ADHD가 정서적인 문제도 있지만 신경계 질환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다른 신경계 질환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여러가지 검사들을 받는데 뇌나 신경계 기능은 모두 멀쩡하대요 그래서 약물치료라던지 그런건 효과가 없을꺼같고
그냥 주의력 결핍도 있고 그걸로인해 우울감같은게 온거같은데 이럴땐 어떻게 극복해야하나요
re: 성인 ADHD 극복 방법좀
구체적인 병명을 알기 전에는 그저 눈치가 없고 서두르고 덤벙댄다 정도의 행동방식이 구체적인 병명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그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게 됩니다. 결국 병이 더 커지게 되는 경우이지요.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자신의 아이큐를 알아버리는
것입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노력을 하면서 보완을 했을 텐데 알고 난 다음부터는 자학하며 절망하며 노력조차 포기해 버리게 되면 결국
자기손해일 뿐입니다.
님께서는 자신의 행동의 문제에 대해서 자각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고쳐야 할 지를 모르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터넷 서핑과 관련지식의 습득만으로 스스로에게 '성인 ADHD'를 붙여버렸으니(정말 그런지는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합니다. 앞서
말한 그 앎의 후유증 때문에 그렇습니다), 더욱 스스로를 제한시켜 버리게 된 것입니다.
이제 좀더 좋은 방식은 스스로의 꼬리표에 얽매이지 말고 그 행동양식이 의미하는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부족함을
채우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족함을 자꾸 자극하면 정말 더 심한 문제가 됩니다. ADHD에서 우울증이 되고
우울증에서 대인기피가 되고 대인기피에서 강박증이 되고 공황장애가 되고 자살충동에까지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주변사람들도 달라졌다고, 더 성숙해졌다고, 좋아보인다고 말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