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하면서 느끼는 점은 미국에서의 한인사회가 한국에 매우 종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저는 미국의 한인사회가 미국사회의 좋은 영향력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영어가 서툴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한국인들은 전혀 미국사회의 좋은 영향력을 받지 않았고 오직 한국으로부터 영향에만 종속되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에서 과거에 가져왔던 모든 정보와 한국에서 현재 나오고 있는 정보에만 의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유행과 한국에서의 오락과 한국에서의 가치들이 이곳에서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인들인데 그들은 한국으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그들은 오히려 더욱 미국에 흡수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자원해서 미국사람이 되고 미국문화속에 동화되어 있었습니다. 때로는 한국인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거나 혹은 포기하면서 그렇게 미국에 동화되어 갔습니다. 아마 이러한 상황은 세대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되겠지요. 미국 자체가 이민과 통합의 나라이니 유럽쪽의 이민자들도 그들자신의 출신을 버리고 새로운 땅에서의 국적에 더욱 몰입하는 것처럼 그렇게 되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어떨까요? 한국사회는 미국내 한인사회보다도 더욱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유행했던 것들이 한국사회에 들어왔고 별다른 저항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소비패턴과 유행주제와 생활양식까지 많은 부분들이 미국의 영향력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놀라운 점은 그 모든 것이 한국내에서는 새롭게 소화된다는 것입니다. 미국내 한인사회에서는 그것이 미국으로 흡수되는 것이지만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을 새롭게 재창조해서 전혀 다른 가치로 만들어냅니다. 그것이 또다시 한국의 가치를 높이고 한국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됩니다.
정리하자면 미국은 한국에 영향을 주고 한국은 미국내 한인사회에 영향을 줍니다. 미국의 영향을 한인사회가 받고 그것은 한국에 주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영향은 한국사회가 받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영향력을 한인사회가 누리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일본사회가 미국내 일본인사회보다 큰 것과 같습니다. 또한 중국사회가 미국내 중국인사회보다 더 큰 것과 같습니다. 분명히 한국사회가 미국내 한인사회보다 더 큰 영역인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영향력의 연결관계를 한인사회가 잘 모르고 있다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지금 영어를 더 잘 사용하면 할 수록 더욱 미국사회에 흡수되고 있다는 것을 잘모르고 있습니다. 또한 영어를 잘 못하면 못할 수록 과거의 그들이 떠났던 한국사회로부터 더욱 퇴보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와 연결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한인사회는 한국사회를 따라가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인데 오히려 미국사회를 따르면서 발전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별다른 좋은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가만히 보면 많은 한인사회의 문제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한국사회에서는 하지 않을 문제를 일으키는 일들이 한인사회에서는 일어납니다. 미국사회를 본받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사회는 정직과 신용을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인데 그런 사회적 가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기심과 개인의 유익이 더 큰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미국사회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사회의 좋은 영향을 받지 못하고 나쁜 영향을 받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진일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점차 떨어져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러한 문제들은 미국사회를 본받은 것이 아니라 미국사회를 핑계삼아 타락한 것이며 한국사회보다 발전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보다 더욱 퇴보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문제들이 점차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바로 한국사회에서보다 더욱 각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 절박해지고 더욱 치열해지고 더욱 말초적이 되어진 것입니다.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접근방법을 가능하게 합니다. 한인사회에 대한 접근방법은 왜 미국사회의 좋은 영향을 받지 못했는가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 왜 한국사회보다 더 퇴보했는가를 생각할 때 올바르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인사회의 위치는 바로 미국과 한국 다음에 있다는 것이고 그 위치를 어떻게 한국사회처럼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 비로소 올바른 발전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한인사회내의 개인은 한국사회의 개인을 본받아야 하고, 한인사회의 가정은 한국사회의 가정을 본받아야 하며, 한인사회의 교회는 한국사회의 교회를 본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된 발전방향과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의가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매우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한국사회는 한인사회를 본받으면서 나가서는 안되고 미국사회를 바라보면서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에만 한국사회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우리 한국사회의 경쟁대상자는 미국사회이고 한인사회의 경쟁대상자는 한국사회입니다. 한국사람들은 나가서 미국사회를 보면서 영향을 받으려고 노력할 때에 한국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나가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 오늘의 한국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한인사회는 미국사회를 보지 말고 한인사회를 바라보아야 여러가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은 개인의 문제이고 가정의 문제이며 교회의 문제입니다. 그럴 때 모든 한국인들이 퇴보하지 않고 다 발전해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