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믿는 사람들의 본이 되고 영적인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할 목사가 가짜 신학교를 열어 돈 벌기에만 몰두한다면 그 목사는 세상 어느 사기꾼보다 더 악한 사기꾼이다. 그리고 그런 가짜 신학교를 다닌 학생이 졸업하고 목사가 되어 교회에서 목회를 하게 될 때 선량한 교인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미주언론들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24일 경찰과 합동으로 로스앤젤레스 근교 풀러튼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유니온 유니버시티(CUU)를 급습, 이 학교의 소유주인 오모(65)목사를 비자사기 혐의로 체포한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오목사는 유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는 한국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돈을 받고 I-20 폼을 불법으로 발급했으며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많은 학생들도 체류신분을 위해 등록만 하고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 흑백이 가려지겠지만 미주 한인교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슬픈 일이다.
왜 미주한인사회에, 특히 기독교 교계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왜 한인신학교가 그렇게 많아야 하나? 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신학교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가? 왜 한인신학교에 등록하면 유학생의 신분을 쉽게 유지할 수 있을까? 미국에는 한인운영신학교가 여기저기 많이 산재해 있다. 단독 교회가 또는 몇몇 교회목사들이 함께 열기도 하고 교단이 열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들 신학교는 주 고등교육당국에 등록을 하거나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한인사회, 특히 교계는 이 문제를 폭 넓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문제의 발단은 한국 쪽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수요에 비해 너무 많은 학생들이 신학을 지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도 교육과학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신학교 수도 넘치는데 무허가 신학교들이 부지기수로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그래서 많은 졸업생들은 사역할 교회를 찾지 못하고 ‘고등실업자’로 머물러있다. 신학교 재학 중 교회 전도사 자리 찾기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름 있는 교회에서 부교역자를 뽑을 경우,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이른다. 후보가운데는 미국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 한국교회들이 담임목사는 물론 부교역자로도 미국신학교 출신을 선호하다보니 너도나도 미국유학행이다. 그런데 정작 미국신학교 협회에서 인증된 미국신학교는 입학부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입학 후에도 공부하기란 언어와 실력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차선책으로 찾은 곳이 한인경영미국신학교이다. 이 신학교들은 학사 석사학위는 물론 박사학위까지 수여한다. 그 학위를 받고 미국에 머물거나 귀국한 졸업생은 미국신학교출신행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의 발단은 미국에서 한인경영신학교를 설립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신학교설립은 주 고등교육당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게 되어있는데 신학교 설립에 관한 한 종교자유의 보장원칙 때문에 ‘특별예외조건’을 부여한다. 다시 말하면 일반대학 설립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밟지 않고 설립 할 수 있다. 이렇게 신학교를 쉽게 설립 할 수 있는 법적인 보장 때문에 개 교회, 목회자의 집단, 특정 교단명의로 한인신학교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교포신문들의 신학생 모집 광고를 보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한인신학생들이 주 고등교육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신학교들이 모두 동등한 자격을 가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을 그렇지 않다. 그 종류를 살펴보자. 첫째, 주 당국의 인허와 협회의 공인이 없이 고등교육당국 등록만으로 설립된 신학교다. 학생들은 정부의 재정보조를 받을 수 없으며 취득한 학점을 공인받을 수 없다. 둘째, 주 당국의 인허는 받았지만 인증협회공인을 받지 못한 신학교다. 정부의 재정원조를 받을 수 있으나 취득한 학점을 공인된 신학교로 편입하지 못한다. 셋째, 주 정부의 인허도 받고 인증협회 공인도 받은 신학교다. 정부이 재정원조도 받고 취득한 학점을 다른 신학교에 편입할 수 있으며 학위를 인증협회가 공인한다.
세 번째 문제는 목회자들의 학위욕망이다. 어느 누가 높은 학위를 원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목회자 사회는 좀 달라져야 되지 않을까? 박사학위가 없으면, 그것도 미국신학교의 학위가 없으면 행세하기 힘들다는 잘못된 의식구조가 목회자 사회에 너무 만연되어 있지 않나?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가짜박사 통계에 의하면 목회자가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대변하는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