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됐을 무렵인 1학년 5월달 쯤부터 코를 만지는 버릇이 생겨서 아직까지도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코를 만지면서도 스스로 너무 불안한 기분을 느낍니다. 특히 공부를 할때 증상이 심해지는데, 자습시간 3시간 넘게 내내 코만 만지고 공부를 하나도 못한 적도 많습니다. 머리로는 그만 두고 공부를 빨리 해야된다고 계속해서 생각하면서도 점점더 미친듯이 불안해질 뿐이고,,, 이 습관 때문에 성적도 많이 떨어졌고 수능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걱정입니다. 하지않으려고 매일매일 마음을 다 잡지만 소용이 없습니다ㅠㅠ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하루를 끝내면 정말 심하게 자괴감이 들구요...
그래서 혹시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까 해서 질문을 올립니다.
그런 약을 먹으면 의욕상실 증상이 생긴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공부에 정진해야할 지금 시기에서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너무 힘들어요.
일반적으로 불안증세에 대해서 단순히 약먹고 나을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한 유익을 누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해서 약을 먹으면서 새로운 수준의 문제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이유는 약이라는 것이 향정신성 약품으로서 크게 진정제와 각성제가 있는데, 진정이 필요한지 각성이 필요한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리는 진동이라면 반대로 흔들면서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위아래로 흔들리고 대각선으로 흔들리고 불규칙적으로 흔들리게 된다면 애초에 시작했던 약물복용이 더 큰 괴로움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심각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섣불리 약을 쓰는 것보다 자신의 증상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신과에 일단 갔다면 약을 쓰는 것이 당연해지게 되기 때문에 그곳에서 약을 먹지 않을 수는 없고, 가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이해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도저히 불가능해졌을 때 정신과에 가도 늦지 않습니다. 약을 빨리 먹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코를 만진다고 했는데 코를 만지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불안한 마음이 먼저임을 잊지 마세요. 어떤 사람은 그 불안함에 손톱을 물어뜯고, 다리를 흔들고, 손을 가만히 두지 않는 등 다양한 증상이 개인별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코를 만지든 입술을 만지든 머리를 만지든 그 행동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안해하는 것이 더 먼저입니다. 그래서 내가 왜이렇게 불안해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한 자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됐을 무렵인 1학년 5월달 쯤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다고 했으니 그때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세요. 대개 간과하기 마련인 사건이 커지면 불안증세를 일으키고 그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코를 만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구요. 이것은 다시 말해서 여전히 불안해 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의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러니 오래되었다고 괜찮겠거니 생각하지 말고 그때의 일을 다시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행동이 사라질 테니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면 자연히 사라지게 될 행동임을 잊지 마시고 불안한 마음 그 자체를 직면해 보세요. 고3말이 되면 외부적인 상황에 의해서 더 심각해질테니 그전에 해결하세요. 폭풍우가 밀려오기 전에 배를 단단히 묶어두는 것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