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충동] 제 이야기 듣고 조언해주세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입니다.

길 매우 길어요... 털어놓을 데가 이 곳 밖에 없네요.

자해사진 있어요 주의

사실 제가 요근래 눈썹칼을 불에 지져서 자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데요.

사실 제가 피를 좀 무서워해서 자해만큼은 정말 피 나올 정도로 긋고 싶지는 않았는데 피가 주르륵 흘러내릴 때면 답답한 마음이 해소가 되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져서 계속 긋고 있어요.

원래는 머리가 울릴 정도로 연속적으로 때리거나

팔이 부러질 정도로 세게 때리고, 손톱으로 피날 때까지 팔을 긁는 거였는데 정도가 꽤나 심해졌네요.

또한 저는 어릴 때부터 잔인한 영상을 계속 봐왔고

지금은 실제 사람이 죽거나 죽이는 스너프 필름들을

우회앱 사용해서 불법적으로 시청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영상들을 보면서 죄책감도 느끼지만 쾌감을 더 느끼고요.

이제 그 어떤 잔인한 영상이나 사진이건 아무 감정도 안 들정도로 무뎌졌네요.

그리고 저는 제 마음 속에 만들어낸 캐릭터들을 2~3년 째 달고 살고 있는데요. 너무 우울한 날에는 저도 모르게 그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요. 그냥 혼잣말하는 거죠. 24시간 하루종일 그 친구들만 상상해요. 진짜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고 실제로 제 외로움을 꽤 많이 덜어주니까 광적으로 의지하게 되고요. 환각도 자주는 아니지만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망상병이라고 하나요? 이 친구들과 관련된 망상을 진짜 거짓말 안 하고 평균적으로 하루에 7시간은 하는 것 같아요.

잠들기 직전을 물론이고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그 친구들이 말을 걸어오니까 학업은 물론 반 학우들에게도 정이 안 가서 괜히 입만 무거워지네요.

자살계획도 짜놨어요. 자세한 건 말씀 못 드리겠지만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나눠주고 수면제와 진통제를 동반해 투신자살 할 계획을 매우 세밀하게 짜놨어요. 실제로 컴퓨터 엑셀 파일에 그 계획들이 자세히 나열되어 있고요.

이것만 보면 저 진짜 정신병자 같은데 사실 뭐 제가 그렇게 거창한 사연을 갖고 있는 게 아니에요.

막 부모님이 죽었다던가 이별을 했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매우 사소한 트라우마들이 뭉쳐서 외로움을 타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매우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 직전까지 싸우실 정도로 부부싸움이 심화되어서 저는 할머니댁에 맡겨지고 부모님 얼굴을 본 기억이 별로 없었던 기억이라던가.

제가 초등학생 시절 제 친언니가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시도 한 것이 들켜 집 안이 들썩였던 때,

또는 저랑 제일 친했던 친구들이랑 학교에 알려질 정도로 매우 심하게 싸웠을 때 등

이런 게 그나마 제 인생에 있어 암울했던 시기 같네요

사실 저희 부모님이 애정표현이 많이 없으신 편이시거든요. 가끔 제게 욕을 내뱉을 때도 있으시구요.

그래도 진짜 나름 화목한 가정이에요. 제 고민도 잘 들어주시는 엄마가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땐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아빠도 계시니까요. 친구같아요.

최근엔 제가 미술로 가고 싶다고 해서 공무원을 바라시는 부모님과 진로 문제로 크게 다퉜어요. 그 때 부모님이 제 그림이 별로라는 듯 말씀을 하셨고, 제게 큰 상처가 되는 말 들을 하셔서 결국 분위기를 탄 탓에 제가 겪고 있는 우울증을 설명드렸을 때, 어머니는 살짝 충격먹은 듯 하셨고, 아빠는 제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게 자기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식으로 어이없다고 말씀하셨어요. 두 분께서는 제가 마음의 감기를 가지고 있다며 진정시켜주셨어요.

엄마는 제가 겪은 이야기들을 다 들어주셨어요.

무서워도 용기를 내서 겨우겨우 말씀드렸는데

엄마는 이 집이 터가 안 좋은가 하며 진지하게 이 집 기운을 걱정하시더라구요... 전 분명 이 증상이 3년 정도 지속 됐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요.

정신과 예약도 처음엔 열심히 알아보시다가 나중엔 제가 정신이 괜찮아진 것 같다며, 엄마가 보기엔 안 가도 될 것 같다며 취소하셨어요. 제 자해와 자살시도 이야기를 다 들으셨는데도요.

그래도 제게는 제 편인 친구들이 6명이나 있습니다.

다 사연이 있는 애들이에요. 누구는 성폭행 피해자고

누구는 학교폭력, 누구는 학업 스트레스.

이 중 한 명은 우울증을 극복해냈지만 저 포함 나머지 5명은 현재진행형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위해 매우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주려고 합니다.

부끄러운 비밀부터 남에게 이야기하면 경악할 다소 기괴한 비밀들까지 전부 듣고 말한 사이에요.

알몸까지 다 본 사이니 가족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죠

매일매일 이 친구들과 제 망상 속 친구들 덕에

기쁘게 살아가고 있네요.

그런데도 왜 이리 마음이 공허한 걸까요.

폭식증은 더 심해져가고 자해도 심해지고

무기력증과 만성피로는 미친 듯이 나빠졌어요.

망상 때문에 1분도 집중할 수가 없어요.

그림으로 부모님과 다투고 나니 이젠 그 날만 떠올리면 눈물이 나고 호흡이 가빠져서 그림을 더 이상 그리기 주저돼요. 그래도 여전히 극복해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상도 타고 있는데...

아직 저는 이루지 못한 큰 꿈이 있어요.

친한 친구들도 있고 제 망상 속 기댈 곳도 있고.

취미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전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망상이나 하다가 잠 들어요.

먹어도먹어도 배고프고 자도 자도 졸리고 한 번 우울하면 바닥까지 찍다가도 한 번 행복하면 하늘까지 행복해지는 게 조울증인 것 같기도 하고요.

더한 우울증을 끌어모아서 관심을 받고 싶기도 하지만 겁이 많아 절대 티를 내진 않아요.

죄송해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아까 자해하고 나서 그런 지 감성탔나봐요.

인생 경험이 많으신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요.

허나 제가 감정기복에 휩쓸려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도와주세요.

*사례답변

님에게는 어릴 때 겪은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한 우울함이 있는데 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자해, 망상 등으로 피신하니까 현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면서 자살충동까지 악화되었는데 근원적인 우울함은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되고 있습니다. 어릴 때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덮어두기만 하지 말고 하나하나 내 잘못, 타인의 잘못을 분류하고 해석해서 교훈으로 바꿀 때 안 좋은 감정이 사라지고 올바르게 이해되면서 앞으로를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죽고 싶은 마음도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감정의 문제입니다. 결국 파국을 생각하는 것은 그런 감정들 때문인 것이지 정말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최종적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이 괴로울 땐 당장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 감정이 좀더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보세요. 다음의 단계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니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래 하던 것을 다시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혼자 하는 것이 힘들 수 있으니 상담을 받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1. 내가 왜 살기 힘들게 되었는가를 생각한다.

2. 그 이유가 가족들 때문이라면 왜 가족들이 그렇게 했는가를 생각한다.

3.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면 나는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생각한다.

4. 그 이유가 나에게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5. 그 결과 그 이유를 받아들여서 바꿔나간다면 그것이 더 좋은 일을 이룰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6.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하나씩 바꿔 나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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