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상담을 받아야할까요?
사실 제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우울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자세히 따져가보면 우울증이라하기에도 애매하네요.
말이 두서없이 나올 것 같은데 그래도 참고 읽어주신 뒤 답변을 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저는 두달 전쯤 친구를 잃었습니다. 사고도 병환도 아닌 자살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연락을 받은 날 일하던 곳 바닥에 주저앉아서 흐느껴 울었어요. 바로 전날까지 연락을 주고 받은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는 게 믿기질않았습니다. 장례식까지 다녀오고 일주일간은 제대로 일이 잡히질 않았지만, 차차히 괜찮아졌어요. 아니,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일주일 뒤쯤에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선물해준 인형들은 본가에 두고 오기도 그래서 전부 챙겨왔습니다. 평소처럼 일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친구와 함께 즐겼던 노래, 게임을 듣거나 하다보면 친구가 생각나 눈물이 났어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울적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눈물이 나오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오늘 새벽에 친구가(떠난 친구와 같이 친했던 다른 친구입니다. 일단 이 친구는 b라고 명칭하겠습니다.) sns에 남긴 글을 보고 갑자기..뭐하고해야하지.. 불안? 슬픔? 뭔가 웅어리 진 무언가가 둑이 터지듯 밀려 들었습니다.
생각이 자꾸 이것저것 끼어들어 두서가 없어지네요..죄송합니다..
우선 b가 남긴 글은 별 것 아니었습니다. 그냥 취미로 모았던 장난감들을 대부분 팔거니 연락달라는 글이었습니다. 제가 이 글에 예민하게 반응하게된 이유는 떠난 친구도 떠나기 전날에 무언가 정리하는 듯한 글을 올렸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마지막 소원을 이뤘다, 좋아하던 장남감 사진과 그동안 넌 나의 희망이었지 고마웠다, 이게 나의 마지막 그림이 될라나?...... 아직까지 뚜렷하게 기억이 나네요...
말이 정리가 잘 되질 않는데 아무튼..계속 무언가 생각나요..친구와 친해졌던게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그런지 더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그냥..많은 것이 생각나요 친구가 죽기 전날에 나눴던 대화, 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 나는 왜 답장을 다음날로 미룬 걸까, 마지막 그림이라는 글을 보고도 왜 바보같이 그냥 지나간 걸까. 왜 하필 죽기 전날에 나한테 택배를 보낸 걸까.왜 장례식 갔다와서 나에게 도착한 택배를 보게 만든걸까.왜 나는 지금까지 징조를 보았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걸까, 왜 주변에서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라는 말에 대답하지 못한 걸까 가족들에게 저런 말을 못해준 걸까
분명 슬퍼서 울었는데 전혀 풀리는 게 없어요. 누군가 심장과 목을 움켜 잡은 것처럼 답답해요. 소리내어서 울러보려고해도 저절로 울음소리를 참게되어요. 바로 몇시간 전까지 웃고 떠들었는데 지금은 잘모르겠어요..딱히 친구를 따라 자살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지금의 저에겐 해야할 일들이 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좋아하던 취미생활도 재밌게 하고 있는데 무언가 채워지질 않아요. 즐거웠던 기억은 분명 있는데 곧바로 허탈함과 공허함이 찾아와요. 저는 괜찮은 걸까요. 괜찮아질 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