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지난 10여 년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1만 명 이상의 환자를 상담·치료해온 전홍진 교수가 펴낸 책이다. 서양인과 한국인의 우울증 양상 차이, 국내 스트레스와 자살 연구 등을 대규모로 주도해온 그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실용서 형식으로는 처음 펴내는 이 책에서 그간의 임상시험 및 상담 사례를 대거 방출한다. ‘매우 예민하다’는 성격적 특성에 주의만 기울인다면 정신과 상담이나 약물 치료 없이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전 교수는 특별히 골라낸 40명의 사례를 통해 예민성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상담을 바탕으로 하여 예민성에 대한 자가 진단, 주요 우울증상에 대한 설명, 예민성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이 있거나 관련 증상이 있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4부에는 자신의 예민성을 잘 조절해 실력과 능력으로 전환시킨 사례 9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책 곳곳에 제시된 진단표나 그래프는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부록의 ‘우울증 선별도구’ 역시 독자가 자신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조언을 새기도록 해놓았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이 책에 실린 상담 사례 중 다수가 모두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받다가 아무 이상 증세가 없다는 의사의 진단 결과를 듣고 마지막으로 정신과를 찾은 사람들이다. 즉 그들은 마음의 불안함과 예민함으로 인해 불면증을 앓고 긴장된 상태로 지내다가 그것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 고혈압, 두통, 치통으로 발전한 뒤 내과 등에서 진료를 받다가 최종적으로 정신과에 와 마음을 살피기 시작한다. 평소 몸의 긴장과 근육의 긴장을 풀고 이완시키는 것만으로도 신체 증상의 상당 부분이 없어지는 것을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전홍진작가 정보 관심작가 등록
정신과의사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대 의예과 입학, 의과대학에서 학사, 정신과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임상강사 과정을 마쳤다.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우울증임상연구센터MGH DCRP에서 모리조 파바 교수의 지도하에 연수를 했고, 자문교수를 역임했다. 2017~2021년 보건복지부 위탁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과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겸임교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공저로 『4차 산업혁명과 병원의 미래』, Understanding Depression, Major Depressive Disorder, Clinical Trial Design Changes in Mood Disorders 등이 있다.
미국과 한국의 우울증 환자들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우울증, 치매, 스트레스에 대한 치료 및 연구를 해왔다. 자살예방에 대한 연구 활동 및 유족 지원,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으로서의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중국, 타이완, 베트남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목차
머리말
1부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
1. 내가 하는 연구에 대하여
2. 트라우마의 기원
3. 안면기형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연구
4. 예민함과 뇌의 작용
5. 예민한 뇌의 탄생
2부 예민성을 잘 극복한 유명인들
1. 스티브 잡스와 환공포증
2. 아이작 뉴턴과 예민성
3. 윈스턴 처칠과 블랙독
4. 슈만의 창의성과 감정 기복
5. 타이거 우즈와 입스
3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만나다
1. 매우 예민한 사람들
2. 남편만 보면 화가 난다
3. 예민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4. 우울해서 예민한 직장 여성
5. 건강에 대한 염려도 병
6. 에너지 한계의 법칙
7.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8. 융통성이 떨어지는 사람
9. 문단속에 대한 강박
10. 비행기 탑승 공포증
11. 윗사람에 대한 두려움
12.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받아야 하는 병
13. 시험을 앞두고 계속 설사를 한다
14. 일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는 고집남
15. 조금만 힘들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16. 부모님처럼 나도 잘해야 하는데
17.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오는 여자
18. 내가 치매가 아닌지 걱정돼요
19. 충동 증가형 ADHD
20.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극복
21. 아기를 낳고부터 예민해졌어요
22. 자해를 자주 하는 여자친구
23. 밤에 먹어야 편안하다?
24. 터널과 높은 도로를 운전할 때 생기는 공포
25.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26. 이유 없이 어지러워요
27. 기억상실증
28. 유방암 진단을 받았어요
29. 이유 없이 이가 너무 아파요
30. 소음에 민감한 귀를 가진 여자
31. 코로나 블루
4부 예민성을 잘 극복한 사람들
1. 예민해서 성공한 요식업계 대표
2.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극복하고 사회복지사로
3. 죽음에의 충동을 극복한 펀드매니저
4. 무대공포증을 극복한 첼리스트
5. 우울증을 극복한 기계 부품 회사 대표
6. 시선공포증을 극복한 학원 강사
7. 음주 후 발생하는 충동조절장애를 극복한 음식점 사장
8. 사차원적 사고로 작가가 된 사람
9. 거식증을 극복한 액세서리숍 대표
5부 나의 예민함을 업그레이드하자
1. 예민함의 천칭
2. 좋은 표정과 말투를 만들어보자
3. 머리의 위치를 똑바로 해보자
4. 예민한 위장을 달래보자
5. 완전히 쉬는 능력
6. 자존감 관리
7. 대인관계에서의 대화 팁
8. 자는 것보다는 깨는 것에 집중하라
9. 자신의 방어기제를 이해하자
10.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11.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
12. 내 과거는 어떠했는가?
13.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14. 나의 가치는 무엇일까?
15. 적敵을 만들지 말라
16. 감각의 마법
6부 걱정을 정리해보자
1. 걱정을 네 가지로 정리해보자
2. 만나면 불편한 사람 vs. 편안한 사람
7부 나의 에너지를 잘 유지해보자
1. 예민성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2. 나의 예민성을 관리해보자
3. 에너지를 잘 유지해보자
글을 맺으면서
부록
주
추천사
하지현(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민이 고민입니다』 저자)
여행을 가서 평소 쓰던 샴푸를 꼭 가져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 잘못하면 두피가 뒤집어지니까. 민감성 피부 얘기다. 이런 특성은 대인관계, 감정, 신체를 감지하는 면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를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 부른다. 저... 더보기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대학병원 교수라면, 그것도 명망 있는 대학의 교수라면 왠지 어려운 말만 할 것 같다. 설명은 복잡하고, 한 번 들어서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도 모를 듯싶다. 이 책은 그런 선입견을 멀리 벗어난다. 그의 설명은 어렵지 않다. ... 더보기
출판사 서평
1만여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사례
하버드대와 함께 연구한 한국인-미국인의 우울증 증상 차이
이 책은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목표’들의 모음집이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중국, 타이완, 베트남 해외 판권 수출
★1년여 간 10만 부 판매
“어느 날 남편의 자는 얼굴을 찰싹 때리고 싶어졌어요.”(50대 주부)
“동료들이 모두 내 험담을 하는 것 같아요.”(20대 대학생)
“남편이 직장에서 책임질 일을 저질렀다는 말을 들은 뒤 숨이 안 쉬어졌어요.”(50대 주부)
“직설적인 말투의 상사가 무서워요. 마음의 풀밭이 다 쥐어뜯기는 것 같아요.”(30대 직장인)
“손님들 표정과 말투가 다 떠오르고 잠드는 데 두세 시간 걸려요.”(40대 식당 주인)
“일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고, 고집 세며 예민하다는 평가를 들어요.”(30대 직장인)
우울증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통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출간 이후 1년 만에 10만 부의 판매를 기록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리커버를 선보인다. 중국, 타이완, 베트남에 판권이 수출된 것은 ‘예민함’이라는 키워드가 각 국가의 문화적 특성과 관계없이 현대인에게 공통된 문제의식이며 고민임을 보여준다. 세종교양도서, 진중문고에도 선정된 이 책은 오랜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심도 있게 쓰였지만 동시에 널리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1만 명 이상의 환자를 상담·치료해왔다. 서양인과 한국인의 우울증 양상 차이, 국내 스트레스와 자살 연구 등을 대규모로 주도해온 그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실용서 형식으로는 처음 펴내는 이 책에서 그간의 임상시험 및 상담 사례를 대거 방출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온 이들 대부분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와도 ‘나는 우울증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때 말을 바꿔 ‘당신은 매우 예민한가’라고 물으면 그들은 ‘맞다, 나는 예민한 편이다’라며 수긍한다. 더욱이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와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나는 매우 예민한 편’임을 인정한다. 저자는 바로 이 때문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썼다. ‘매우 예민하다’는 성격적 특성에 주의만 기울인다면 정신과 상담이나 약물 치료 없이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전 교수는 특별히 골라낸 40명의 사례를 통해 예민성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수하던 시절 미국인과 한국인의 우울증 양상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파악하고 두 나라 간의 우울증 환자들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미국의 우울증 환자들은 뚱뚱하고 식욕이 높으며 우울한 기분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반면 한국 환자들은 마르고 신체 감각이 매우 예민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았는데, 대체로 자신의 감정을 잘 못 느끼며 감정 표현이 적은 데다, 신체 증상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국인들의 이런 예민한 특성은 영화나 노래를 잘 만들고 반도체나 자동차 제작에서 능력이 발휘되는 반면, 지나치게 예민하다보니 서로 간에 갈등이 많고 자살률이나 불면증 비율이 높은 특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 책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상담을 바탕으로 하여 예민성에 대한 자가 진단, 주요 우울증상에 대한 설명, 예민성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이 있거나 관련 증상이 있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4부에는 자신의 예민성을 잘 조절해 실력과 능력으로 전환시킨 사례 9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책 곳곳에 제시된 진단표나 그래프는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부록의 ‘우울증 선별도구’ 역시 독자가 자신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조언을 새기도록 해놓았다.
트라우마: 권하늘군의 사례
‘트라우마’는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 물리적 통합에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을 말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는데, 어린 시절의 환경이나 부모와의 관계, 사고, 대인관계의 문제를 겪는 등 그 경로는 다양하다. 게다가 트라우마를 느끼는 정도는 주관적이어서 어떤 사람은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반면, 같이 있던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넘기기도 한다. 이 책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예민한 사람들은 작은 트라우마도 더 큰 것으로 느끼곤 한다.
기억하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그 사람의 행동이나 선택에 영향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성인이 되어 그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해도 바닷가에 가기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저자는 기억과 트라우마,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기 우울증과 불안, 예민성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트라우마 경험자를 대상으로 단순히 설문조사를 하면 기억과 느낌에 따라 나타내는 반응이 부정확하므로 좀더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 것이다. 가령 어린 시절 겪는 트라우마는 일반적 트라우마,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과 정서적 학대로 나눌 수 있으며, 이는 성인기에 우울증과 불안증,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형외과 의사들과 ‘선천성 안면기형’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연구를 소개한다. 그중 소이증, 대형 흑색점, 구순열, 부정교합, 안검하수 등을 가진 이들을 만나서 상담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외모 탓에 스트레스를 받고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같은 안면기형이라도 어떤 사람들은 눈을 잘 맞추고 이야기도 잘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우울하게 외톨이로 지내며 상대방과 눈을 잘 맞추지 못했다. 이에 저자는 선천성 안면기형 환자들과 비교할 대조군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수술 전에 정신의학적 평가를 시행하고 수술 후 다시 평가해 전후 비교를 해봤다. 흥미로운 사실은 안면기형 환자 중 절반은 어렸을 때부터 기형 부분을 머리카락, 모자 등으로 가려온 반면 절반은 그대로 드러내놓고 살아왔는데, 가리고 살아온 그룹은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우울증을 앓는 비율이 대조군에 비해 7.1배나 높았으며, 만성 불안, 자책감, 불만족, 건강염려증이 많았고 자기비판적 성격을 보였다.
권하늘군이 바로 그런 사례다. 그는 날 때부터 우측 귀 위쪽 연골이 잘 형성되지 않았고 이를 머리카락으로 늘 가리고 지냈는데, 바람이 불면 늘 조마조마해 친구들을 만날 때도 눈을 못 쳐다봤다. 저자는 성형외과 의사들과 함께 하늘군의 귀를 수술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권하늘군은 오른쪽 귀가 여전히 이상하게 생겼다고 느끼고,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더니 얼마 후부터 다시 가리면서 사람들을 피했다. 그가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데까지는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예민함에 대한 뇌과학 연구
우리 뇌는 마음을 담고 있는 기관이다. 인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은 뇌의 신경 회로망에 담겨 있고 수억, 수조 개의 회로가 모여 그 사람의 마음 구조를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 없거나 오래된 회로는 망각을 통해 사라지는 반면, 자주 경험되거나 강렬한 트라우마와 연결된 신경망은 더 단단해진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다져진 ‘아주 예민한 뇌’는 ‘아주 예민한 사람’을 만들게 된다.
뇌 안에서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부분들이 협력해 예민성을 조절한다. 뇌의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변연계’는 감정과 기억의 뇌라 불린다. 인간의 기억, 감정, 학습, 꿈, 집중, 각성, 희로애락의 표현에 관여해 내부적인 항상성을 유지하며,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배고픔, 목마름 등 기본적인 욕구를 관장·조절한다. 변연계는 전두엽과 연결돼 있으며, 변연계에서 만들어지는 충동은 대부분 전두엽에서 억압된다. 전두엽이 잘 발달된 게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당하면 전두엽과 변연계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
공포에 대한 학습 및 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 또한 예민함과 관련된다. 편도체가 계속 자극되면 예민해지는 데다 안 좋은 기억이 더 생생해지는데, 가령 어렸을 때 야단을 맞으면서 공부하면 편도체에 의해 기억은 강화될지언정 트라우마에 의해 우울과 불안이 생길 수 있다. 뇌 혈류를 보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 연구에 의하면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뇌의 감정과 공감을 느끼는 변연계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뇌의 신경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말단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들어 있다. 이들 물질이 충분히 안정되게 유지되어야 예민성이 잘 조절된다. 이중 기분과 관련된 물질은 세로토닌으로, 이것이 충분하면 기분이 좋고 기억력도 높아지는 반면 많으면 집요해지고 불안과 초조 증상이 나타난다. 도파민 또한 많으면 민첩해지지만 과도하면 남을 의심하거나 혹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증가시키지만, 너무 많이 분비되면 잠이 오지 않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더 크게 느끼는데, 이것을 잘 유지하기만 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통찰력과 창의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선을 넘어 너무 팽팽해지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공황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예민한 엄마 밑에서 자란 그녀의 신경망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자살 충동을 지닌 심한 우울증 환자와 자살 충동이 없는 우울증 환자. 저자는 이들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연구해봤다. 그 과정에서 김미숙씨를 만났는데, 52세의 그녀는 매우 예민하며, 가만있지 못하고 계속 눈치를 살피는 데다 상대방이 눈을 맞추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피했다. 잠은 새벽 2~3시에야 들었는데, 잠을 자다 죽을 것 같거나 이대로 아침에 깨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겉으로 보이는 생활 환경은 좋았다. 남편은 회사 대표이고 아들은 법대생이며, 딸도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법대에 잘 적응하지 못해 엄마인 그녀도 큰 스트레스를 겪으며, 아들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비치면 잠을 못 이뤘다.
어느 날 남편이 술에 취해 집에 늦게 들어왔다. 남편은 평소와 달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더니 “회사 일이 잘못돼 책임져야 한다, 자리에서 물러나야겠다”고 말했다. 이때 미숙씨는 갑자기 남편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아 어지러움을 느꼈고, 쓰러질 뻔했다. 결국 이대로는 더 살 수 없을 것 같고 남편과 아들 걱정 때문에 우울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 병원에 왔다.
일반 MRI로 김미숙씨의 뇌를 봤을 때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뇌의 신경망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는 확산텐서영상을 활용해 차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 영상을 활용해보니 자살 충동이 있는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뇌의 전두엽과 변연계에 속한 창백핵 사이의 신경망의 연결성이 떨어지는 게 확인됐다. 즉 변연계에서 생기는 자살 충동과 예민성을 전두엽에서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되었다.
미숙씨는 1남1녀의 장녀로 예민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교양 있는 분이지만 딸을 자주 혼냈고 정은 거의 없었다. 미숙씨는 작은 일에도 야단맞고 동생의 몫까지 대신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그런 환경에서 미숙씨는 늘 조마조마했으며, 결혼 후 남편이나 아들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어릴 때처럼 불안해졌다.
우리 뇌에서 신경의 연결망 형성을 촉진하는 것은 ‘뇌유래영양인자’라는 물질이 담당한다. 이것은 신경의 생존과 손상을 회복하는 역할도 돕는다.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반복해서 겪으면, 위협을 인식하는 뇌의 편도체가 민감해지고 위협에 반응하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만성적으로 긴장 상태에 있게 만든다. 이것을 ‘위협 반응’이라 하는데 이때 생기는 부신피질 호르몬 증가가 만성화되면 뇌 신경의 연결망 형성은 방해를 받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포의 일반화’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현재의 일상적인 경험, 사건, 관계까지도 위협 반응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미숙씨는 매사에 걱정이 많고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며 살아왔는데, 더는 스트레스를 견딜 에너지가 없어지자 우울증이 오고 말았다.
어쨌든 이런 오래된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우울증을 앓던 그녀는 이 책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 더욱이 그녀는 자기 어머니와 만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린 시절의 이야기까지 나누게 된다. 그 자세한 과정은 우리도 귀 기울여 들어볼 가치가 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 40명의 증상은 어떤 것일까
이 책 2부에는 스티브 잡스, 처칠, 뉴턴, 로베르트 슈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이 ‘매우 예민한 성격’을 지녔었고, 그 예민함을 잘 다스려 디자인과 과학, 음악 등에서 커다란 성과를 냈음을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들려주고 있다. 이어서 3부에서는 ‘매우 예민한 정도의 평가표’ 28문항으로 독자들이 셀프 체크를 해보도록 하고, 31명의 매우 예민한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쉰두 살의 김민정씨는 저자 전홍진 교수와 처음 만났을 때 땅속으로 꺼질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 얼굴만 보면 예전에 나한테 잘못한 일들이 다 떠오른다”면서. 원래 배려심이 있었던 남편과의 관계가 비포장도로를 달리듯 덜커덕거린 것은 반년 전부터다. 어느 날 동네 공원을 산책하던 중 남편이 민정씨한테 나무라는 투로 말을 한 반면 지나가던 옆집 여자에게는 상냥한 어투로 인사를 건넸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민정씨는 열이 오르며 갑갑증을 느꼈는데, 옆에서 남편이 코를 골며 자자 뺨을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민정씨는 이후 남편에게 20년 전, 10년 전, 3년 전의 섭섭한 일들을 쏟아냈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남편도 점점 지쳐갔다. 이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그는 우리 뇌의 기억 중 ‘불안’을 강화시키는 경향과 관련해 민정씨에게 조언을 해준다. 그리하여 민정씨는 마침내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할까?
22세의 대학생인 은경씨는 사람들과 거의 어울리지 못하는 히키코모리 유형인데, 그녀 스스로 예민한 성격임을 알고 있다. 그녀 성격의 특징은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기분이 붕 떠 있는 것처럼 좋다가도 바닥으로 내려가면 붙잡고 올라올 밧줄조차 잃어버린 느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밤에 잠이 잘 안 오며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그녀에게 친구를 잘 못 사귀는 이유를 물어보니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나를 비웃는 것 같다. 그래서 눈치를 보게 되면서 숨이 잘 안 쉬어진다.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밤에 폭식하는 습관이 있어 체중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고, 그런 외모 때문에 자신이 싫어져 현재 자신감은 바닥이다.
한편 요즘 청년들처럼 31살까지 비정규직 루트를 거치다가 3년 전에 드디어 사무직 정규직원이 된 민아씨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과도 잘 사귀며 사회생활 초년생답게 미래 계획을 세우는 착실한 30대였다. 하지만 삶에는 언제나 위협 요소들이 등장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상사를 잘 만나는 것은 자기 힘으로 어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친하게 지내던 선배 과장이 퇴직하고 새로운 상사가 들어왔는데, 그녀는 직설적인 말투로 사람들 앞에서 민아씨 마음을 짓밟았다. 한번 훑고 지나가면 풀들이 다 뜯겨나간 듯 짓이겨져 마음은 쑥대밭처럼 엉망이 되어버렸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일한 거예요?”라는 공개적인 망신에 민아씨는 위축되어가던 중 하루는 동료들과의 점심 식사에서 혼자만 빠졌는데 그들이 대화하는 것이 꼭 자기 험담을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요즘 민아씨는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었고, ‘다들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기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민아씨 뒤로 이어지는 스물여덟 명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와 내 가족, 주변 동료들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드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우리는 그들의 예민한 마음을 통해 나를, 옆 사람을 거울 보듯 들여다보게 된다.
예민성은 어떻게 조절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마다 상황에 맞게 증상을 설명하고 그와 관련한 연구에서 객관적으로 진단할 만한 기준들을 들며 조언하는데, 그중에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해당되는 조언도 있다.
이를테면 과거로 자꾸만 거슬러 올라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도록 예민한 사람들에게 ‘현재’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관계사고’ ‘연상법’이 강한 예민한 사람들은 새로운 책을 읽거나 운동을 시작하면 현재에 더 잘 집중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인처럼 타인의 시선과 평가, 눈빛, 태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도 없을 텐데, 저자는 타인의 표정과 태도는 상대의 그날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므로,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나를 싫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는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보구나” 하고 넘어가도록 유도한다. 혹은 상대의 말투가 차갑더라도 이것을 예민하게 해석하지 말고 오로지 내용(텍스트)에만 집중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읽듯이 읽어나가는 연습을 하도록 이끈다.
특히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우울증 초기에 ‘직장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절대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보통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우울한 증상은 치료 후 1~3개월 내에 회복되므로, 일을 그만두면 건강을 회복한 후에 크게 후회하기 때문이다.
또 머리가 아프다거나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혹은 치통이 심한 것도 거의 마음의 예민함에서 비롯되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책에 실린 상담 사례 중 다수가 모두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받다가 아무 이상 증세가 없다는 의사의 진단 결과를 듣고 마지막으로 정신과를 찾은 사람들이다. 즉 그들은 마음의 불안함과 예민함으로 인해 불면증을 앓고 긴장된 상태로 지내다가 그것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 고혈압, 두통, 치통으로 발전한 뒤 내과 등에서 진료를 받다가 최종적으로 정신과에 와 마음을 살피기 시작한다. 평소 몸의 긴장과 근육의 긴장을 풀고 이완시키는 것만으로도 신체 증상의 상당 부분이 없어지는 것을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민한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부담감 때문에 혼자 있으려는 경향이 강한데,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저자는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을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