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느려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 버튼만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도 ‘리셋’이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심리적 압박감이 가중될 경우 현실 상황을 온라인 상황으로 착각해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리셋증후군은 1990년 일본에서 처음 생겨났으며, 국내에선 90년대 말부터 경찰백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는 이를 게임 중독, 주식 중독, 음란물 중독처럼 인터넷 중독의 한 유형으로 꼽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사이버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종료해버리는 행태가 리셋증후군의 초기 단계라고 한다. 인터넷 사이트의 서버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접속할 경우 파일의 전송 속도가 느려지거나 컴퓨터에 에러가 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 답답함과 조급증을 느껴 리셋 버튼을 누르거나 인터넷 창을 받아버린다는 것이다.
김용섭은 리셋증후군 성향을 보이는 리셋족(Reset Tribe) 혹은 리셋 제너레이션(Reset Generation)은 부정적으로 보면 참을성이 부족한 것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다이내믹하다면서 주로 마케팅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휴대전화 평균 사용주기는 1년 6개월인데 리셋 세대는 이보다 훨씬 빠르다. 휴대전화뿐 아니라 디카, 노트북, PDA 등 디지털 기기 전체로 이런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디지털 기기도 하나의 패션이기에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나오면 바로 교체하고 싶어한다. 리셋족의 이러한 즉흥적이고 빠른 유행 사이클은 마케팅 측면에서는 아주 유용한 것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 전방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김모 일병이 컴퓨터 게임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리셋증후군’이 화제가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세대’인 요즘 병사들의 심리 상태와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체계적인 장병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임 전문가인 중앙대 교수 위정현은 “디지털 세대는 온라인에서의 생활과 오프라인에서의 생활 간에 균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에 익숙하다보니 오프라인에서의 갈등 해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순간에 갈등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리셋이나 로그오프(log off)와 같은 온라인식 해결 방법을 찾다보면, 참을성 있는 문제 해결보다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즉각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