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사례연구법] 예전엔 사랑이 깨지면 눈물 흘렸지만 요즘엔 사랑이 깨지면 피눈물 흘린다
예전엔 사랑이 깨지면 눈물 흘렸지만 요즘엔 사랑이 깨지면 피눈물 흘린다
#1. 얼마 전 대학생 이영진(24)씨는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메일과 미니홈피 비밀번호가 모조리 바뀌어 있었다. 이 바람에 이씨는 원서 낸 회사에서 보낸 합격통지 메일을 못 열어봤다. 싸이월드 일촌들에겐 한동안 왕따가 됐다. 누군가가 이씨 비밀번호로 들어가서 홈피에 욕설을 써놔 오해를 샀던 것이다. 그로부터 2주일 후, 이씨는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비밀번호 다시 돌려놨어. 혹시 딴 여자 생겼나 해서 확인했어." #2. 회사원 김정민(26)씨는 2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남자친구가 강제로 차에 태워 폭행하고 근무시간에 쉴새 없이 문자와 전화를 해대는 바람에 일상이 마비됐다. 김씨는 "이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도를 넘는 '이별 앙갚음'이 만연하고 있다. 연인과 헤어지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상대에게 집착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이들의 수가 확연히 많아진 데다 인터넷, 휴대폰 등 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앙갚음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rel="nofollow"> ◆적은 형제 속 이기적인 태도가 연애 폭력으로 전문가들은 형제가 적은 환경에서 자기 중심적으로 커온 탓이 크다고 분석한다. 정신과 전문의 박진생 원장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인용해 설명한다. 그는 "인간 행동을 좌우하는 원칙에는 현실원칙(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욕구 충족을 자제하는 것)과 쾌락원칙(쾌락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신세대들은 쾌락원칙에 많이 지배된다"고 말한다. "과거엔 형제가 많아 인내하고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 반면, 요즘은 부모가 쉽게 욕구를 충족해주기 때문에 쾌락원칙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갈등 처리에도 미숙하다"는 설명이다. 부모의 과잉보호도 문제다.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의 저자인 이철우씨는 일본에서 사회현상으로 대두된 '괴물 부모(monster parents)'가 한국 사회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경계한다. 괴물 부모란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교사에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비정상적인 부모를 말한다. 이씨는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제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폭력적으로 변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연애전문 칼럼리스트 송창민씨도 "원하는 걸 쉽게 소유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상실은 큰 시련이 된다. 결국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이 폭력으로 전이된다"고 설명한다. ◆온순한 남자가 더 위험하다 평소 얌전하고 온순했던 상대가 이별 후 돌변한 모습에 당황하는 사례가 많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심리검사를 하면 일반적으로 남성성이 약한 이들이 자기의 남성성이 손상됐다고 생각하거나 여자에게 모욕당했을 경우 충동 제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런 남자들은 이별 통보를 자신의 빈약한 남성성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엉뚱하게 무력행사로 분노를 분출한다"고 덧붙였다. 온순한 인간형을 지향하는 교육이나 사회 구조가 비정상적인 이별 앙갚음 현상을 낳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철우씨는 "남의 부탁을 거절 못 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비자기표출적(nonassertive) 인간형'은 한번 분노가 폭발하면 대책이 없다. 요즘은 수행평가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싸움 한번 안 한다. 이런 제도가 결국 비자기표출적인 인간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염려했다. ◆분노 표출 어려서부터 가르쳐라! 이별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분노 관리(anger management) 교육이 필요하다. 이철우씨는 "영국, 일본에서는 학부모들이 연대해서 '인사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는 법' 등을 교육한다. 이런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법규도 정비해야 한다. 김병후 박사는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행복에 대한 기준도 높아진 만큼 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도 정교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노 억제가 잘 안 되는 이들의 경우 연애에 모든 걸 거는 것은 위험하다. 박진생 원장은 "무역도 다변화해야 하듯 인간관계도 다변화해야 한다. 연인과 헤어지더라도 다른 인간 관계를 통해 충격을 완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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