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평범한 대화를 할 때도 그 대상이 낯선 사람이나 어색한 사람이라면 면접관 앞에서 면접을 보는 것처럼 말을 잘 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괴로움을 느껴서 관계를 회피 및 단절해왔고, 어쩔 수 없이 단절할 수 없는 필요한 관계라면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어두운 동굴 속에서 출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재는 타인에게 말할 때 ‘자신감있는/설득력있는/조리있는/지적인’ 화술이 뛰어난 모습으로 보이려 하지 않고 ‘논리가 부족해도/말수가 적어도/할 말이 없어도/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도’ 나의 본연의 모습을 인정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말을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의사소통을 위한 단순한 목적으로 대화를 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거리낌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거였다면 머릿속으로 ‘어떡해, 뭐라고 말하지’라고 불안해하며 형편없는 내 모습에 자괴감을 느꼈을 텐데 요즘에는 ‘괜찮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과 만남 이후 집에 가면 과거에는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피곤하고 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도 심해서 편두통약을 먹으며 남은 시간을 통째로 날렸는데, 요즘에는 스트레스가 없고 즐겁고 긍정적 감정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이 부분에 대해 꽤 오랜 기간 헤맸지만 이제 출구를 찾았음에 감사하다. 앞으로는 낯선 사람들과의 모임에 회피하지 않고 참석해보고 어색했던 사람들에게도 먼저 말을 걸어보면서 관계를 확장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과 신뢰를 쌓아 복음을 전하는 부르심의 사명에 충성된 자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