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독교상담학 분야에서 가장 큰 논의의 대상은 심리학에 대한 접근이다. 어떤 학자들은 성경의 절대권위만을 강조하여 심리학을 무시하는가 하면, 반대로 인본주의의 가설을 무비판적으로 상담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은 상당한 긴장관계를 야기시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로렌스 크렙의 성경적 상담(Biblical Counseling)이다. 크렙은 양극단을 배제하고 성경과 심리학의 관계를 통합적 접근으로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로렌스 크렙(Lawrence J. Crabb, Jr.))은 평신도 상담학자로서 얼시너스 대학(Ursinus College)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일리노이 대학교(The University of Illinois)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여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크렙의 상담이론과 방법을 깊이 고찰하여 보면 성경과 심리학을 조화있게 활용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크렙은 “성경적 상담의 목적은 지교회의 기능 안에 은혜롭게 통합되어 있는 상담 모델을 찾는 것”이라고 하면서 현대교회 안에서 지체생활, 친교, 아가페적 사랑 등과 같은 기본적 개념들이 점점 약화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크렙의 성경적 상담이론은 지교회 안에서의 성도들의 ‘교제생활’과 ‘상담사역’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상담사역이 지교회의 기능 안에서 은혜스럽게 통합되도록 하는데 있다. 그와 같은 관계를 “교회 안에 올바른 성경적 공동체가 이루어져 있을 때에만 거기에 주님과의 깊은 사귐, 그리고 성도 상호간의 깊은 교제와 진정한 용납이 있게 되고, 그때야 비로소 깊은 개인적 문제들이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그의 주장은 성경을 중심으로 한 상담이론의 개발이며 교회 중심의 생활을 통하여 오늘의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도이다.
2. 성경적 상담학과 심리학
크렙은 “기독교와 심리학의 관계성 정립이야말로 기독교 상담학을 연구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이 되는 과제”라고 하였다. 크렙이 이해하는 상담학과 심리학의 관계, 그리고 상담의 대상인 인간 이해를 살펴보자.
(1)심리학에 대한 접근
①분리적 접근
심리학과 기독교에 대해서 분리적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경은 크리스천의 신앙과 생활을 포함한 영적이고 신학적인 문제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상담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상담이란 성경과 무관한 심리학적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④혼합적 접근
이 접근 방법은 성경적 상담을 하기 위하여 성경과 심리학을 혼합하는 절충주의적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심리학의 지혜가 담겨있는 성경 자료들을 심리학에 통합함으로 세련되고 효과적인 크리스천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이들은 신학과 심리학의 원리들을 제휴시키려고 두 영역을 혼합하여 조화된 원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심리학적 사고에 성경적 개념을 첨가하는 주장이다. 이 접근법에서 주의하여야 할 것은 성경이라는 여과기를 통하여 세속적 개념들을 걸러내어야 하는데 성경보다 심리학을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③영적 신앙적 접근
이 접근 방법은 심리학을 무시하고 성경만을 강조함으로써 통합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오직 은혜, 오직 예수, 오직 믿음, 오직 말씀이다. 이 주장에 의하면 우리가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하나님의 죄에 대한 취급과 거룩한 삶을 사는 원칙에 대한 하나님의 계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상담자는 모든 비유기체적인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하여 성경만을 알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입장에서는 또한 인간은 자기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접근법은 세속주의적 상담원리가 주도되는 여건 속에서 성경의 권위와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유익하고 고무적이다. 그러나 세속적인 모든 지식을 불필요한 것으로 불신하고 인간관계의 복합적 작용들을 죄악된 유형과 “동일시-권면-변화”라는 단순 모델로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④통합적 접근
이 접근은 성경과 심리학의 통합을 시도하는 접근방법으로서 심리학이 성경의 권위아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고 성경은 정확무오한 영감된 계시이며 성경의 내용에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 상담의 대상으로서의 인간이해
①인격의 구조
크렙은 인격의 구조를 다음의 다섯 단계로 나누고 있다.
첫째 의식적인 마음(the conscious mind)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언어와 문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외부적 사건에 대한 평가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음이란 헬라어 nous (마음, 이성, 지력)에 해당하며 크렙은 이것을 도덕적 판단을 포함하는 의식적인 평가를 하는 인격의 한 부분이라고 하였다.
둘째는 무의식적인 마음(the unconscious mind)이다. 이 단어는 롬8:15에 나오는 phronema란 말의 개념인데, 이 단어에 의해서 표현되는 중심개념은 인격의 부분과 깊은 반사적인 가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마음이 가지고 있는 정의는 “사람들이 중요성과 안전에 대한 그들의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키는가 하는 방법을 확고하게 그리고 정서적으로 주장하는 기본적인 가정의 저장소”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저장되어 있는 전제들이 잘못 된 것일지라도 사람들은 스의식적 마음을 일깨워야 한다.
셋째는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스로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행복의 조건에 대한 잘못된 전제를 깨닫기 위해서는 성령의 조명하시는 사역이 중요하다. 상담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무는 기본적인 방향이다. 마음은 성경에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마음은 생명을 주는 피의 공급을 통하여 육체를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크렙은 마음이란 한 인간의 근본적인 의미를 나타낸다고 하였다. 인간의 영적 성향, 즉 마음 속에서 절대자 하나님을 추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주의 중심에 자기 자신을 두고 있는가라는 대전제를 의미한다.
넷째는 의지(will)이다. 인간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까를 선택하는 능력이 있다. 의지는 성경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평가하도록 가르친 방법대로 행하기 위하여 책임있는 선택을 하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 인간 인격의 실제적 부분이다. 그러나 선택이란 쉬운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고통이 따를 수 있으며, 이 세상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
다섯째는 정서(emotion)이다. 정서란 느끼는 능력인데 성경에서 깊이 다루고 있다. 예수님께서도 ‘연민의 정’을 느끼셨고 사랑을 표시하셨다. 인간은 부정적 정서를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부정적 정서란 죄와 연관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영적으로 그리스도를 중심한 생활의 주된 느낌은 다른 사람을 위한 깊은 연민의 느낌이다.
크렙은 올바른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르게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그 후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배운 후에 올바르게 느끼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요(욕구)와 동기
효과적인 삶을 살기 위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인간의 욕구(필요)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리적 욕구, 신체적 안전의 욕구, 소속감의 욕구, 존경받으려는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분류하며 이 욕구들은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이동한다.
크렙은 인간에게 중요성과 안전이라는 두 가지 기본적 필요(욕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중요성이란 자긍심, 자존감 등으로 표현할 수 있고, 안전은 사랑, 용납, 수용 등으로 말할 수 있다. 인간이 타락하기 전에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인간의 자연적인 속성이었으나 타락한 이후에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파괴됨으로 인해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필요)가 되었다. 그러므로 진정한 중요성과 안전은 오직 거룩한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유일한 용납의 근거가 그리스도의 완전한 생애와 구속적인 죽으심이라는 것을 믿는 크리스천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인간 이해에 있어서 행동의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피상담자의 행동의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인간들은 자신의 의식이나 의향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크렙은 성경적 인간관계 일치하는 동기론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①필요(욕구)는 동기를 낳고
②동기는 행동을 유발시키는 에너지이며
③동기화된 행동은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며
④목표가 성취되기 불가능할 때 만족되지 못한 욕구는 부정적 정서들의 원천이 되어 중요성과 안전의 위험으로 인한 자기방어를 유발하며
⑤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있다. 즉 무의미한 행동은 없다고 주장한다.
크렙은 마슬로우의 이론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성경적인 필요에 대한 근거를 네 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육체적 필요; 둘째, 안전을 위한 필요; 셋째, 사랑의 필요; 넷째, 목적의 필요
우리가 행동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들 대부분이 인격적인 필요를 채워줄 마슬로우의 처음 네가지 욕구에 해당하는 어떤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즉 결손동기에서 행동한다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크리스천은 세상 사람들과 같이 무엇을 채우기 위해서 결손동기(deficit motivation)에 의해서 출발하지 않으며 오히려 충만한 만족감과 감사 속에서 예배와 봉사의 삶을 살아드리기 원하는 자아실현을 구하는 동기인 표현동기(expression! motivation)에 의하여 행동해야 한다.
3. 성경적 상담의 모델
(1)성경적 상담의 전제
이 모델은 인격적인 전능하신 하나님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시작된다. 하나님은 무한하시고 인간은 유한하다.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시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우리 인간도 역시 인격적인 존재이다. 인간이 인격적인 존재로서 참되게 살려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인격적인 필요의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불확실하고 일시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 요소의 충족은 우리들의 밖에서 와야 하는데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성경적 상담에 있어서 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본주의적 심리학의 입장을 취하는 상담학자들은 인간의 죄성을 최소화시키고 죄책감의 제거를 권장하고 있으며 보수주의적 상담학자들은 모든 문제의 근원을 ‘죄악’으로부터 찾으려고 하고 있다.
크렙은 그의 상담에서 죄책감을 문제감정 중의 하나로 보고 아주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는 죄책감을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때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피상담자들의 죄책감을 점검해 보고 성경적으로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는 또한 죄책감, 불안, 원망 등을 전신경증적(pre neurotic) 경험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정서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크렙은 이러한 일련의 부정적 감정은 목표에 대한 좌절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목표 자체가 애당초 도달할 수 없는 것일 때에 죄책감이 오고, 외부적인 환경으로 인해서 목표에 이르지 못했을 때 원망을 하게 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을 야기한다.”고 하였다.
(2)성경적 상담의 목표
“성숙”(maturity)이다.
성숙이란 말은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하나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의 즉각적인 순종이며, 다른 하나는 장기적 안목에 있어서의 인격의 성장이다.
크리스천의 경험은 하나님께서 받으실만한 하다고 선언하시는 행위인 칭의로 시작된다. 우리의 칭의(과거)와 영화(미래)는 전적으로 하나님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중간의 시기에 우리 모두가 순종의 길을 걷게 된다. 우리는 쉽게 의의 길에서 벗어나며 항상 성경적인 행동유형을 따르지 못한다. 기독교 상담은 피상담자가 겪는 환경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그것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반응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때때로 상담 중에 피상담자가 억압된 환경에서 성경적인 방법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가 있다. 상담자는 반드시 피상담자가 순종의 길로 옮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크렙은 이것을 “목표의 전이”라고 부른다. 상담자는 피상담자가 하나님의 사랑과 무조건적 용납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줌으로써 그들의 삶의 목표가 자기자신의 이기적인 행복의 추구로부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방향으로 전환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순종은 목표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크리스천은 태도가 변화되어야 하고, 욕망은 서서히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야 한다. 또한 새로운 생활방식이 필요한 데 외적인 순종뿐만 아니라 내적인 새로움, 새로운 사고방식과 지각, 변화된 일련의 목표들과 변화된 인격들이 있어야 한다. 크렙은 이것을 “목표의 상승”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목표를 전이시킬 뿐만아니라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
성경적 상담의 목표는 보다 풍성한 예배의 경험과 보다 효과적인 봉사의 생활 가운ㄷ 들어가도록 도움으로써 크리스천의 성숙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크리스천의 성숙은 일관된 성경적 방식으로 문제되는 어떤 환경에 즉각 대처하는 전이와 그리스도의 성품에 굳게 선 내면적인 성품을 발전시키는 것 즉 상승으로 발전된다.
(3)성경적 상담의 방법
①문제의 이해
피상담자가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떤 측면에서 이해하느냐라는 것은 상담방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성경적 상담모델에 있어서 첫 번째 개념을 필요라고 크렙은 말하고 있다.
인간은 신체적 필요와 함께 인격적인 필요를 가지고 있다. 신체적 필요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며, 인격적 필요란 인격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 즉 중요성과 안전 등이다. 이러한 것을 일차적 필요라고 하며, 그 중요성과 안전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습득된 필요를 이차적 필요라고 한다.
상담자들은 일차적 필요와 이차적 필요의 차이를 명백하게 이해해야 한다. 또 상담자들은 필요들(needs)과 원하는 것들(wants) 사이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크렙이 강조하는 것은 원하는 것들이 아니고 습득된 필요들도 아니며 이차적 강화도 아닌 필요들이다. 한 사람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가에 대한 모델에서 첫째 개념인 인격적 중요성과 안전에 대한 필요에서 시작한다.
성경적 상담모델의 개념은 동기이다. 동기란 필요를 충족시키는 의욕 혹은 자극을 말한다. 즉 자신이 중요성과 안전을 갖게 되도록 어떤 것을 하게 하는 힘의 지각이다. 타락한 인간인 우리는 중요성과 안전을 가지게 되는 민감하고 예민한 욕구를 경험한다. 우리는 거대한 인격적인 힘을 이러한 필요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에 기울인다. 크렙은 이렇게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강력한 의지를 동기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자녀들로 하여금 중요성과 안전을 추구하는 바른 동기를 어릴 때부터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부모들의 오류를 자녀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바로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해야 비성경적인 가정에 따른 목표설정을 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을 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