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성경적 목회상담의 방향성과 나의 역할
(과제물, 2002)
윤 홍 식
과거에 비해 현대 사회는 복잡해지고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 농경문화에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삶은 이미 옛말이 되어
버렸고,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변화하는 생활은 한순간의 여유도 찾기 힘든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한국 교회도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교회는 성도들이 모인 곳이고, 성도들의 삶이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에, 교회도 복잡해지고 다양화된
사람들로 넘쳐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진리에의 막연한 적용과 해설이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복잡한 사회를 마찬가지로 복잡하게 설명해줄 여러 가지 방법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교회 내에서 조직은 더욱 세분화되고, 프로그램은 더욱 전문화되고, 그러한 성도들의 흐름을 따라잡지 않으면 성도들을
도저히 돌볼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찬양은 예전의 단순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적 기교와 장비와 노하우를 필요하게
되었고, 기도도 여러 가지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형태의 기도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말씀도 제자훈련에 양육에 단계별 과정별
종류대로 취향대로 수준대로 받을 수 있는 과정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목회 상담이다. 목회 상담은 기존의
복잡한 사회 변화에 따른 교회 프로그램의 다양화라는 흐름과 조금 방향을 달리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교회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성도들을 교회로 끌어들여서 무엇인가를 들려주고 보여주며 가르치는 것이었다면, 목회 상담은 성도들에게로 교회가 찾아가서 도와주며
붙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어떤 교회 프로그램보다도 더욱 적극적이며 구체적이고 실제의 삶을 다루는
실제적인 것이다.
목회 상담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그 방향성은 다른 어떤 프로그램과 차별화 되어서 주어져야 한다. 성도들을 교회로 오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교회가 성도들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교회를 보아서는 안되고 성도들을 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성이 목회 상담에 요구되는지를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한다.
1. 목회 상담은 교회 부흥의 목적에서가 아니라, 성도들을 섬기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엄밀히 말해서 목회 상담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여러 명을 놓고서도 집단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목회 상담의 효과는 개인 상담에서 나타난다. 왜냐하면, 각 개인이 자기의 문제를 끄집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자기의 문제를 꺼낼 수는 없다. 자시의 사정을 털어 놓을 수도 없고, 고민을 말할 수도 없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는 침묵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으로 만날 때에는 마음을 열어 놓을 수 있다. 그것도 교회라는 안정되고 신뢰성있는
모임을 통해서는 더욱 믿을 수 있는 상담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내어 놓고, 그 문제를 교회안의 전문가를 통해 확고한 해결과 위로와 소망을 얻는다면 그 한
사람을 붙드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가는 반드시 목회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준비를 거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보다 좀 더 숙련된 관리자를 두어 더 심각한 문제를 다루게 하여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담이 이루어지는 믿을 수
있고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낚시로 고기를 잡는 것과 같다. 그물로 고기를 잡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지루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만, 결국 고기를 잡게 되는 기쁨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물로 고기를 잡는 것은 짧은 시간에 많이 잡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덩치 크고 귀한 고기를 잡을 수는 없다. 그물로 잡는 고기는 그저 수백 수천 마리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낚시로
잡는 고기는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며 이러한 고기의 가치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목회 상담을 통해 교회 부흥을 바란다면, 애초에 포기하는 것이 낫다. 교회의 성숙과 한 사람 한 사람을 붙들어주는 것이
목회 상담이지, 이일을 한다고 해서 떼로 몰려드는 성도들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흥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여기에는 오직 자연스러운 성장만이 있을 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도와주고, 변화 되어가는 과정이
소문이 나고 변화의 증거가 나타나고 회복과 성장의 증거가 보이게 될 때에 이는 보이지 않는 광고효과로 변하여서 교회의 양적
성장을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2. 목회상담에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준비가 있어야 한다.
상담을 통해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은 성도들의 부끄러운 부분이다. 그곳에는 성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보이고 싶지 않은
가정적인 문제가 있고, 개인적인 수치가 있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보게 될 때에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고 무조건
열어 젖히는 데만 관심을 둔다면, 틀림없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상담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그 일이 오히려 노출이 되어 소문이 나고 선입관이 생기고 평판이 안 좋게
되어버린다면 다시는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으려고 하겠는가? 믿을 수 있고 분명히 해결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 상담을
받는 자는 마음놓고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고, 그로 인하여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사복음서에 나타난 혈루병을 앓았던 여인의 경우, 많은 의원을 찾아다니며 많은 시간과 정성과 재물을 허비하였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였다. 목회 상담도 이런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상담사례를 쌓는다하더라도 결국엔 상담자가 지치며, 상담을 받는 피상담자가 고통을 받고 상처만 더 커지게 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상담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뛰어들어 해볼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분명한 개념과 목표와 학습이 필요하다. 권위있는 기관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그런 분야인 것이다. 점차
문제가 심각해지고, 그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하는 요즈음의 현실을 보면, 이러한 필요성은 더욱 증가된다. 또한,
성도들에게 상담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도 체계적인 준비와 교육을 받았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욱 안심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내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목회 상담은 심리학적이 아니라 성경적이어야 한다.
심리학적인 목회 상담은 이미 그 자체내에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문제점은 심리학이 주는 여러 가지
통찰과 개념은 처음에는 효과적이며 유익할 지는 몰라도 나중에는 성경적 가치관과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점은 처음
심리학을 교회에 소개하고 보급하였던 이론가들에 의해서도 자각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복음주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심리상담가들에
의해 제시된 심리학 이론들이 교회 내에서 일으키는 문제점은 심리학에 익숙해 있지 않는 성도들에게는 매우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로 접근하였지만, 나중에는 신앙에 뿌리 박은 삶의 각 문제에서 신앙을 따를 것인가 심리학을 따를 것인가를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교회에서 배운 대로 인내하며 살자니 심리학에서는 참는 것은 병이고 해로운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러한
선택을 요구하는 가르침은 신앙에 해로우며 교회 생활에 지장만을 초래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심리학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닌 것은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자조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심리상담을 받고 좋아진 사례의 비율은 심리상담을 받지 않고 좋아진 사례의 비율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심리
상담은 받으면 좋긴 하지만, 받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회 상담이 성경적이라면 그 효과는 크게 다르다. 이미 교회에서 주어지고 제시되는 되는 모든 교훈이 성경적인데,
게다가 상담까지 성경적인 흐름으로 진행된다면, 성도들은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설교나 성경공부에서 맛보지 못했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말씀의 적용을 경험할 수 있다.
4. 목회 상담은 한 프로그램으로 끝나서는 안되며, 전반적인 교회의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목회 상담이 그저 교회 한켠에 상담실을 차리고, 성도들을 상담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목회 상담은 전반적인 교회의
분위기가 되어야하고, 그러한 문제를 나누고 돕는 일이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특별한 몇몇 사람에 의해서 주도되고, 심각한
몇몇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실례로, 사랑의 교회에는 목회상담실이 있다. 이곳은 어느 다른 교회보다도 많은 피상담자가 찾아오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담당자들이 말하는 바는 전반적인 교회의 분위기가 상담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상담’이라고 하면,
문제가 있고 특별한 어떤 사람들만이 받게 되는 매우 내키지 않고 부끄러운 일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상담실을 차려놓아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뜸하고 자연히 상담실 사역조차 유명무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일반 사회의 분위기가 이런데, 하물며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더욱 심한 것이다. 이러한 성도들의 상담에 대한 어색함을 해소하기 위해, 목회 상담은 여러 가지 방면에서
끊임없이 지원되어야 한다.
많은 세미나를 통해서 상담이란 성도들의 신앙을 굳게 해주고, 문제있는 몇몇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가르칠 수
있다. 담임 목회자의 인도하에 의무적으로 상담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교회에서 더 많은 평신도 상담자를 양성함으로써
상담을 받고 상담을 하는 일이 특별한 사람들의 고유한 영역이 아님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분위기와 흐름이 진행될 때에, 목회 상담은 교회 안에서 훌륭한 성도들을 섬기는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교회에서의 목회 상담의 나아갈 방향성도 전체적인 교회 운영의 틀 속에서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목회상담의 방향성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방향은 단지 성경적 목회 상담의 방향성일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의
모든 목회 상담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효과없는 목회 상담은 곧 사라져 버릴 것이다.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변화되어 교회의 귀한
열매가 되지 않는다면, 목회 상담의 필요성조차 의심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성경적인 목회상담은 분명한 변화가 있다. 확실한
소망이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 상담은 반드시 성경적이어야 하며, 성경적인
목회 상담은 틀림없이 더욱 변화되어지는 한국 교회에서 큰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생각건대 다음과 같은 일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요,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1. 성경적 목회 상담을 통해 성도들의 문제해결과 영적성숙을 돕는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성도들을 섬기기 위해서 성경적인 목회 상담이 있는 것이다. 성경적인 목회 상담을 하는 나
자신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꿩을 잡지 못하는 매는 아무 소용없듯이, 목표를 이루어내는 방법이 의미있는 것이다. 성도들을 돕지
못하고, 성도들에게 부담만 주는 상담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목회 상담의 자격증은 땄으나 그 목회 상담을 이용할줄
모른다면 역시 준비하고 공부한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반드시 한 사람의 문제라도 상담하며 유익을 끼치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
2. 성경적인 목회 상담을 통해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돕는다.
성경적인 목회 상담은 지금까지 성경을 통해 해오던 모든 가르침과 부합한다. 오히려 그 성경의 가르침을 더욱 충실하게 삶에
적용하도록 돕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치관과 목표의식은 교회의 성장과 부흥에 그대로 직결된다. 세상적인 방법과 세속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교회가 타락하고 쇠퇴하게 된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 성경적인 목회 상담을 통해서 교회의 방향을 성경적으로
인도하고, 교회의 목표를 하나님 중심으로 가져갈 때에 하나님께서는 더 큰 은혜와 축복으로 갚아 주실 것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를 더 많이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 성경적인 목회 상담을 통해 가정의 화목과 평안을 추구한다.
성경적인 목회 상담에서 중요한 한 부분은 가정이다. 현대에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비성경적이고 비신앙적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서 죄짓게 되고 하나님의 신앙에서 떠나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성경적인 목회 상담은
가정을 섬기게 하고, 가정을 돌아보게 하며, 가정을 세운다. 그 가정은 상담자 자신의 가정이기도 하고, 피상담자의 가정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교회의 모든 가정의 건강한 모습과 화목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성경적인 목회 상담이 기여한다. 내 자신이 할 일도
이러한 가정을 돌보는 일에 노력하여서 개인적으로는 모범을 보이고, 피상담자에게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토대와 분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4. 성경적인 목회 상담을 통해 자기 자신의 변화와 성숙을 추구한다.
결국,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변화되어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자기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며 도울 수 있겠는가? 성경적인 목회 상담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부끄러움과 연약한 부분을 똑바로 보게 만든다. 그리고 변화하게 만든다. 이것은
성경적인 목회 상담을 배우는 가장 큰 유익이다. 그리고 가장 분명한 결실이기도 하다. 나 자신이 이렇게 변화되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성숙과 변화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앞으로
더욱 더 스스로의 변화와 성숙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역할을 통해 성경적 상담학을 보급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성경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우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일에 하나님께서 힘주시고 능력주시기
때문에 역시 할 수 있다. 성경적 상담학을 배우게 하신 이도 하나님이시니, 앞으로 이 상담학을 통해 커다란 주님의 일을 이루게
하실 것을 기대한다.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신앙속에서 아름다운 결실이 나 자신과 가정과 섬기는 교회와 한국교회에 임하게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