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상담을 배우는 어떤 학생분이 '성경적 상담이 이렇게 좋은데 왜 교회와 목사님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까요?'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서 제가 만났던 목사님들에 대한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답변해 드렸습니다. '교회와 목사님들은 교회 성장과 교회 발전을 위해서 바빠서 그렇습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데 교회 안에 이미 있는 체계와 과정과 흐름 속에서는 일대일 상담을 기반으로 하는 마음의 변화를 이룬다는 것은 한가한 활동일 수 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이후 교회는 생존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매주 매달 매년의 교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한순간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영혼을 살릴 수 있는 교회와 목회자는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 보다는 교회 체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 더 많은 신경을 써야만 하는 것입니다.
설사 교회와 목회자가 그런 성도의 마음의 변화와 삶의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 하더라도 성경적 상담이라는 분야는 매우 낯선 영역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심리학 프로그램과 세속적 관심사와 전통적 방법들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어떤 검증도 없고 열매도 나타나 보이지 않는 성경적 상담이라는 분야는 10년 뒤, 혹은 20년 뒤, 아니면 기약없는 당분간은 생각해 볼 수 없는 시도일 뿐입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교재나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또한 빨리 어떤 결실과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면 성경적인 가치를 삶 속에 적용해서 신앙을 세워나가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너무 혁신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교회와 목회자들의 상황 속에서 성경적 상담을 한다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좀더 인기있고 효과적이며 구체적인 무엇인가를 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성경적 상담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분들은 그런 길로 가지 않고 이 길에서 자충우돌, 작심삼일 하면서 온라인 강의와 세미나와 사례연구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경적 상담을 배우는 분들에게 그렇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성경적 상담이 이렇게 어려운데 왜 공부하려고 하시나요?' 그에 대한 대답으로 들은 것은 앞서 교회와 목회자들의 경우와는 반대로 '자신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고 성도들의 마음을 도와주고 싶었고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어서 성경적 상담을 배운다'고 했습니다. 그 대답은 제 자신이 왜 성경적 상담을 공부했는가와 일치했습니다. 저도 개척을 하면서 만난 성도들의 마음을 해결해 주고 싶었고 내가 경험한 성경적 상담을 통해 계속해서 열매를 얻고 싶었고 그러면서 만나는 하나님의 은혜가 기뻤기에 이 험하고 외로운 성경적 상담의 길에 뛰어 들었습니다.
어쩌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성경적 상담은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주류가 되지는 못할지 모릅니다. 한 때 있었던 작은 운동이나 노력의 일환으로 소멸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풍성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해답을 찾아가고 있고 열매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세상과 심리학에 손 벌리지 않아도 하나님의 은혜가 어떻게 성도의 삶을 구성하는가를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 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상황은 성경적 상담이 열악하지만 미국의 상황은 성경적 상담이 매우 풍성해서 많은 열매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역적 차이와 민족적 차이와 분위기의 차이가 있어서 결과적인 차이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이든 어느 지역이든 성경을 통해서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은 결국 그렇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과 방향을 하나님께로 향하게 할 것입니다. 더 풍성한 곳이든 혹은 더 열악한 곳이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문제 해결 속에서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그 열매를 얻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항상 영원한 정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풍성하든 열악하든 어쨌든 성경적 상담을 통해 열매를 얻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요한복음 7장에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왜 유대로 가시지 않는지 자신을 세상에 나타내시지 않는지를 물었을 때 예수님은 내 때는 이르지 않았지만 너희 때는 늘 준비되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의 의미를 성경적 상담에 빗대어보면 잘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성경적 상담을 배우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성경적 상담을 배우는 기회는 늘 준비되어 있습니다. 성경적 상담을 배우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도 배우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성경적 상담을 배우고 활용할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온라인 강의와 세미나와 실습과 상담사역을 통해 우리의 때가 늘 준비되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은혜를 누리다 보면 언젠가는 이 세상이건 혹은 하나님 나라에서건 한 영혼의 변화를 위해서 애쓰셨던 하나님과 그 아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시간을 항상 기억하면서 이 시간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